비록 은메달로 마무리하긴 했지만 이번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2023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한국 탁구 역사에 새겨질 것이다. 왜냐하면 탁구는 전 세계적으로 중국을 넘을 수 없다는게 중론으로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동메달만 따도 성공이라고 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인 우리나라 양궁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여자 양궁이 올림픽 9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범접할 수 없는 영역에 들어선 것처럼 중국 탁구가 바로 그런 범주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신유빈-전지희 조가 그런 중국팀을 격파하고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복식 결승에 진출하는 기적을 이루어낸 것이다.

이번 결승 진출이 단순한 기적을 넘어 얼마나 힘든 일이었고 의미를 갖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36년만에 결승진출”
일단 1987년 인도 뉴델리 대회에서 양영자-현정화 조가 금메달을 딴 이후 한국 선수가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복식 결승에 오른 적이 없었다.
횟수로만 따지면 무려 36년만에 결승 진출인 것이다.
또한 세계선수권 여자 개인전으로 범위를 넓혀도 한국 선수의 결승 진출은 1993년 스웨덴 예테보리 대회에서 현정화가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이후 30년 만이다.

다음으로 이번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신유빈-전지희 조가 격파한 중국의 쑨잉사-왕만위 조가 세계랭킹 1위라는 사실이다.
👉 (영상) 신유빈-전지희, 세계랭킹 1위 중국 격파…“미친 것 같아요”
심지어 이번 대회까지 3연속 우승을 노리던 세계 최강의 조를 상대로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3-0으로 깔끔하게 격파해 버려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12년만에 메달 획득 성공”
한편 이번 은메달 획득은 2011년 김경아-박미영 조의 동메달 이후 12년 만의 메달 획득에 성공한 것인데 사실 여기에도 굉장한 사연이 있다.
두 선수는 2년 전 2021년 미국 휴스턴 대회에서도 여자 복식에 함께 나섰지만, 신유빈의 손목 골절 부상이 심해지면서 단 한 경기도 치르지 못한 채 기권하고 말았었다. 그러나 이후 신유빈은 두 차례 수술과 재활을 거치며 피나는 노력 끝에 부활했고, 전지희와 함께 은메달 획득에 성공하면서 그 아쉬움을 완전히 털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세계선수권 대회 완주 소감을 묻자 신유빈은 지난날의 고생들이 떠올라 감정에 북받치는 듯 했다. “재작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부상을 당했었는데…”라며 인터뷰 중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것이다.

이에 전지희가 “괜찮아. 그걸 통해 이런 날도 오잖아”라며 달랬다. 마음을 추스른 신유빈은 “언니가 옆에 함께 해줘서 고맙다”며 “저희가 이렇게 할 수 있게끔 도와주신 분들이 정말 많은데 그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덕분에 행복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9월 평창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 항저우아시안게임, 내년 부산 세계탁구선수권 단체전과 2024 파리올림픽까지 굵직한 탁구대회가 연달아 예정돼있다.
신유빈-전지희 조가 이번 기세를 몰아 다시 한국 탁구 전성기를 열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