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바둑랭킹 1위이자 이세돌 후계자로 불리는 ‘바둑황제 신진서’가 중국의 리쉬안하오를 격파했다.
신진서는 지난 31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제28회 엘지(LG)배 조선일보 기왕전 16강전에서 중국 3위 리쉬안하오 9단을 164수 만에 백 불계로 물리쳤다.

앞서 신진서는 지난해 12월 춘란배 준결승 온라인 대국에서 리쉬안하오에게 패배한 바 있는데 이날 악연의 리쉬안하오에 통렬한 펀치를 날리며 제대로 복수에 성공했다.
한편 이번 신진서의 승리에 다른 중국 바둑기사들과 중국 현지 바둑팬들이 오히려 매우 속시원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왜냐하면 리쉬안하오는 인공지능(AI)을 컨닝한다고 알려진, 중국 내에서도 소위 치터라고 의심받는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기 때문이다.
“리쉬안하오
인공지능(AI) 치팅 논란?”
이세돌과 알파고의 일전 이후 바둑계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특히 바둑에 특화된 중국의 ‘절예’ 등 기존 알파고의 성능을 월등히 뛰어넘는 인공지능(AI)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바둑 기사들 또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훈련하는 것이 일반화 되었는데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바로 인공지능(AI) 컨닝 논란이다.
바둑은 그 특성상 대국이 진행되는 중간중간 자유롭게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다. 즉 마음만 먹으면 수가 막힐 때마다 화장실에 가서 인공지능(AI)의 수를 컨닝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 리쉬안하오는 바둑 인공지능(AI)이 급성장하고 자리를 잡기 시작한 2021년 말부터 급상승한 성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21 중국바둑갑조리그에서 인공지능 일치율이 90%가 넘어가 논란이 되었고, 이에 대해 중국 바둑랭킹 1위 커제가 저격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중국 프로 바둑기사 양딩신 또한 리쉬안하오를 저격하며 공개 대국을 요청했고, 만약 리쉬안하오가 무고하다고 밝혀지면 본인이 책임지고 은퇴하겠다는 조건까지 내걸 정도였다.

이전부터 제기된 동일한 의혹, 사람과의 대국은 일절 하지 않은 채 바둑 인공지능(AI)인 ‘절예’ 하고만 훈련을 진행하는 점, 20대 후반이 되어가는 나이에 갑작스럽게 실력이 급상승한 점, 승리한 대국 모두 불가능의 영역이라는 70% 이상의 인공지능 일치율이 연이어 나온 점 등 의혹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설령 이 대국에서 리쉬안하오가 치팅을 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같은 팀 동료가 직접적으로 저격하고 다른 동료들은 철저하게 묵인하는 상황으로 보아 중국 바둑계 내에서도 리쉬안하오를 이전부터 의심해왔음은 확실해 보인다.
“바둑 황제의 사기꾼 참교육”
이런 까닭에 대면 대국으로 이뤄진 이번 엘지배에서는 철통같은 보안조처가 취해졌다.
주최측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와이파이 차단기 설치, 금속기기 검색대 설치 및 바둑 기사들의 신발 밑창까지 확인하는 등 검색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리쉬안하오가 신진서와의 대국 도중 자리만 무려 17번이나 비운 것이다 ㄷㄷㄷ
설마 이번에도? 라는 의혹이 또 붉어졌지만 신진서는 리쉬안하오를 상대로 침착하게 대국 초반 거대한 모양 대결을 펼친 뒤 중반 전투에서 조금씩 우위를 확보했으며 특히 상변 전투에서 리쉬안하오의 실착을 응징해 확실한 우세를 확보하며 막판 중앙 대마를 포획해 결국 항복을 받아냈다.
확실한 응징의 순간이었다.
한편 와이파이 차단기가 대회장 내에 도입되기 시작한 이후 리쉬안하오는 왠지 모르게 승률이 떨어지고 있다.

중국바둑리그에서 판팅위에게 막장 기력을 선보이며 패했고, 커제에게 서남왕전 1회전에서 역전패하며 광탈했으며, 중국 천원전에서는 천셴에게 역시 1회전만에 광탈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번 신진서와의 대국에서도 패배하자 중국 내에서도 결국 밑바닥이 드러난거냐는 조롱을 받는 중이다.
스포츠 경기 도핑 같은 스캔들이 바둑에서까지 나타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